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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경기 리뷰

147km, 한 남자의 투혼과 낭만의 부활-고효준- feat.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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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엠엘비파크 돌승삽-

 

프로야구 명승부의 현장 - 두산 vs KT, 감동과 눈물의 3시간 48분

안녕하세요, 20년차 야구팬 야미자 입니다. 오늘은 어제 잠실에서 펼쳐진 명승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혹시 여러분, 인생에서 모든 것이 잘 풀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무너져 내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런 경험 있으시죠? 저도 숱하게 겪었습니다. 야구란 참 묘하게도 우리 인생과 닮았어요. 실패와 성공, 도전과 좌절이 교차하는 그 미묘한 순간들의 연속... 어제 잠실에서 두산과 KT가 펼친 명승부는 그 모든 감정을 한데 담아낸 드라마였습니다.

잠실의 밤, 감동과 아픔이 공존한 3시간 48분

2025년 5월 1일, 평일 저녁 잠실야구장. 요일과 시간대를 생각하면 한산할 법도 한데, 이날만큼은 1만 5천여 관중으로 들썩였습니다.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맞대결이 펼쳐질 예정이었거든요. 평범한 시즌 경기라면 이 정도 관심을 끌지 못했겠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인간 드라마가 예고되어 있었으니까요.

저는 경기 시작 3시간 전,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실에 도착했습니다. 기자석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죠. 두산의 깜짝 카드, 고효준 선수의 복귀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수 출입구 근처에서 취재진들이 모여 있었는데, "효준이 오늘 던진다더라", "무소속에서 어떻게 컨디션 조절했을까" 같은 대화가 오갔어요. 42세 베테랑의 1군 복귀. 그것도 방출되어 무소속으로 지내다 돌아온 선수의 이야기는 단순한 야구 이벤트가 아닌, 한 편의 인생 드라마였으니까요. 저는 프레스룸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의 명승부를 어떻게 기사화할지 구상했습니다.

naver뉴스-스포츠조선:송정헌 기자님-

147km, 한 남자의 투혼과 낭만의 부활

경기 시작 전, 불펜에서 몸을 풀던 고효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료들보다 훨씬 일찍 몸을 풀기 시작한 그의 모습에서 긴장감이 느껴졌죠. 옆에 있던 젊은 투수들과는 달리, 고효준의 루틴에는 노련미가 묻어났습니다. 몇 번의 스트레칭, 깊은 호흡, 그리고 천천히 공을 던지기 시작하는 모습.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1군 마운드, 하지만 42세의 나이에 방출을 경험하고 무소속으로 홀로 훈련하다 다시 돌아온 선수에게 그 마운드는 얼마나 간절했을까요? 저는 취재를 위해 그의 무소속 시절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침 6시부터 혼자 운동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자기만의 루틴을 지켜왔다고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었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복귀가 가능했겠죠.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두산의 선택은 바로 고효준이었습니다. 그가 마운드에 올라서자 잠실 구장에는 특별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관중석에서도 "효준아!"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첫 타자 권동진을 상대로 던진 직구, 스피드건은 145km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3구째, 147km의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강타했습니다.

스탠딩 삼진. 고효준은 글러브를 꽉 쥐며 포효했고, 저는 그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야구가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강백호를 상대로는 풀카운트 끝에 땅볼 아웃으로 이닝을 마무리했습니다. 그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외친 "파이팅!"은 단순한 함성이 아니었습니다. 42세 베테랑의 야구 인생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두산의 타선, 천적 소형준을 무너뜨리다

이날 KT는 두산의 천적으로 불리는 소형준을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통산 두산전 15경기 9승 2패, 평균자책점 1.83의 압도적인 성적. 저는 경기 전 두산 더그아웃을 취재하며 선수들의 표정을 살폈는데, 긴장감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서는 '오늘은 다르다'는 결연함도 느껴졌죠.

4회, 두산 타선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케이브의 2루타를 시작으로 양의지, 김재환의 연속 안타가 터지며 1-1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6회에는 더 강력한 공세가 이어졌죠. 김인태의 볼넷으로 시작된 공격은 대주자 조수행의 도루 성공으로 득점권 상황이 만들어졌고, 양의지의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1,2루. 이때 김재환의 우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2루타가 터지며 두산은 3-1로 앞서나갔습니다.

경기장에 있던 저는 그 순간 두산 팬들의 함성이 얼마나 컸는지 생생히 기억합니다. 소형준이라는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김재환은 이날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 타선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줬습니다.

최원준의 호투와 강백호의 대형 홈런

두산 선발 최원준의 투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회초 강백호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이후에는 안정적인 투구로 6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습니다. 저는 그 홈런 장면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강백호의 타구는 마치 포탄처럼 날아갔습니다. 타구속도 186.7km, 비거리 143.9m, 발사각 23도. 이는 메이저리그 타구에 견줘도 손색없는 수치였습니다.

취재 중 접한 정보에 따르면 비거리만 따졌을 때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도 2위에 해당하는 대형 홈런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홈런이 두산 중앙 펜스를 훌쩍 넘어갈 때 KT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두산 팬들조차 그 타격에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naver뉴스-스포츠조선:송정헌 기자님-

마지막 순간의 드라마, 김택연의 아픔

7회 박치국, 8회 고효준으로 이어지는 불펜 릴레이는 완벽했습니다. 특히 박치국의 7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했죠. 그리고 9회, 마무리 김택연이 등판했습니다. 이날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굳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9회초, KT의 젊은 타자 안현민이 김택연을 상대로 동점 투런홈런을 날렸습니다. 시즌 첫 블론세이브. 잠실 중앙 담장을 훌쩍 넘긴 이 홈런에 두산 팬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경기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김택연의 표정을 유심히 봤습니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그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그 모습에서 프로 선수의 책임감과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경기 후 취재를 위해 그를 기다렸지만, 김택연은 오랫동안 샤워실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겠죠. 야구는 때로 잔인한 스포츠입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요.

연장전의 아쉬운 끝맺음과 깊은 여운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두산은 11회말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1사 3루, 그리고 정수빈의 자동 고의사구로 만들어진 2사 2,3루. 하지만 조수행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경기는 3-3 무승부로 종료됐습니다. 잡을 수 있었던 경기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두산 더그아웃은 침묵에 휩싸였습니다. 승리하지 못한 무승부였지만, 두산 선수들의 표정은 마치 패배한 듯했습니다. 특히 9회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김택연과 연장 11회 결정적인 찬스에서 삼진을 당한 조수행은 더그아웃 구석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인터뷰에서 이승엽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구는 한 경기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늘의 아쉬움을 내일의 힘으로 바꿀 겁니다. 특히 고효준 선수의 복귀는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야구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입니다.

야구는 인생이다, 인생은 야구다

귀가하는 길은 유독 길게 느껴졌습니다. 지하철에 몸을 맡긴 채, 오늘 본 세 장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고효준의 147km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꿰뚫는 순간, 김택연이 홈런 맞고 고개 숙이던 찰나, 그리고 조수행의 헛스윙 삼진으로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던 그 침묵의 순간까지.

세 장면은 겉보기엔 단순한 야구 장면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었습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무소속 신세가 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불펜에서 공을 던지던 고효준의 모습에서 '끈기'를 봤습니다. 그의 147km 직구는 단순한 구속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삶의 자세'였죠.

김택연의 블론세이브 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게 야구고, 또 인생 아닐까요? 하지만 그가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숙이던 그 책임감 있는 모습에서 '프로다움'을 발견했습니다. 조수행의 아쉬운 삼진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내일 또다시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게 선수의 숙명이니까요.

2005년, 제가 처음 야구 취재를 시작했을 때 한 베테랑 감독이 해준 말이 있습니다. "야구는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인생극장이야. 한 경기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지." 당시엔 그저 멋진 말로만 들렸는데, 20년 가까이 야구를 취재하며 그 말의 의미를 점점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42세 베테랑의 147km 직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인생의 메시지였고, 김택연의 블론세이브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으며, 조수행의 삼진은 "내일도 도전한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야구는 그렇게 3시간짜리 인생 수업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이 명승부를 직접 관람한 팬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두산 팬들에겐 아쉬움이, KT 팬들에겐 안도감이 컸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두가 잊지 못할 밤을 경험했다는 점입니다. 명승부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 때로는 무승부가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니까요.

구장을 나서는 길, 잠실의 밤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들 같았어요. 선명히 빛나는 큰 별은 고효준의 147km 직구 같았고, 조금은 흐릿한 별은 안현민의 동점 홈런 같았고, 별들 사이의 어둠은 김택연의 블론세이브 같았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많은 야구팬들이 오늘의 명승부를 이야기할 겁니다. 사무실 커피머신 앞에서, 학교 등굣길에서, SNS 댓글창에서. "고효준 직구 봤어?", "아깝더라, 좀만 더 가져갔으면...", "김택연 괜찮을까?"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갈 테죠. 그게 바로 명승부의 힘입니다. 경기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 것.

오늘의 공식 기록은 '두산 베어스 vs KT 위즈 3-3 무승부'로 남겠지만, 이 경기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야구는 승패를 넘어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 그리고 삶의 지혜를 전하는 스포츠니까요. 어제의 명승부는 그런 야구의 본질을 완벽하게 보여줬습니다.

저는 20년차 야구팬으로서 수백 개의 야구 경기를 봤지만, 어제의 그 3시간 48분은 제 야구 인생에서도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직접 경기를 보셨다면 아마 같은 감정일 거라 생각합니다.

내일은 또 다른 명승부가 기다리고 있겠죠? 야구의 매력은 바로 그 예측불가능함에 있습니다. 어제의 패자가 오늘의 영웅이 되고, 오늘의 영웅이 내일의 패자가 될 수도 있는 그 아이러니.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야구장으로 향합니다. 또 다른 드라마를 기대하며, 또 다른 감동을 찾아서. 그것이 야구팬의 삶이고, 야구가 주는 매력이니까요.

하루하루가 다른 야구의 세계로.오늘도 이 긴 야구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또 다른 명승부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가 아니라 기억의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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